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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합뉴스] 수원시향 24년 지킨 김동현 "다시 태어나도 악장 할래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12-12 조회수 1408
현역 최장수 악장…14일 정년퇴임 기념 연주회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수원시향 악장으로 보낸 24년, 참 행복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서고 싶을 정도로 천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당분간 연습은 쉬고 싶네요. 하하하."

올해로 정년퇴임을 하는 김동현(57) 수원시립교향악단(수원시향) 악장은 자신을 '복 받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1992년 12월 수원시향의 악장으로 정식 부임해 24년 동안 자리를 지켰다. 국내 오케스트라 현역 최장수 악장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다. 그가 있는 동안 수원시향은 한국에서 손꼽는 오케스트라로 올라섰다.

지난 9일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동현 악장도 "지난 24년간 B급 오케스트라를 A급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데에서 가장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악장은 "그동안 더 좋다는 국내 오케스트라로부터 영입 제의를 많이 받았는데 고사했다. 지금은 국내에서 외국 메이저 레이블로 음반을 내는 교향악단이 수원시향과 서울시립교향악단 정도로 손에 꼽힌다"고 뿌듯해했다.

24년간 수원시립교향악단 지킨 김동현 악장
24년간 수원시립교향악단 지킨 김동현 악장[수원시립교향악단·김동현 악장 제공]

 

오는 14일 수원시향 단원·제자들과의 콘서트를 끝으로 악장에서 물러나는 그는 퇴임을 앞둔 소감을 묻자 "음대 교수나 가끔 하고 지휘자도 하기 어려운 퇴임 기념 연주회를 악장으로서 열게 되니 영광이다. 행복하게 은퇴한다"고 말했다.

김 악장은 이어 "악장은 집안 식구를 아우르고 다독이는 엄마 같은 존재다. 어려운 자리지만 단원들이 나를 끝까지 신뢰해주고 지휘자들도 잘 대해줘서 큰 탈 없이 여기까지 왔다"고 고마워했다.

악장은 현악기군의 소리는 물론 악단 전체 관리를 총괄한다. 지휘자와 단원, 단원과 단원 사이의 소통 창구 역할도 맡는 만큼 이견이 없는 탁월한 실력과 원만한 인품이 두루 요구된다.

선후배·나이에 따른 위계가 강한 한국에서 30대의 젊은 나이에 악장이 된 그는 "초기에는 강하게 나가기도 했지만 항상 정중하게, 인간적으로 단원들을 대하려 노력했다. 단원들에게 휘둘려서도 안 되지만 너무 위엄을 찾으면 반감을 사는데,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은 것 같다"고 돌아봤다.

여기에 끊임없는 자기 연마가 그를 장수 악장이 되게 한 가장 큰 동력이 됐다. 좋은 악장의 최우선 요건인 실력을 갖추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김동현 악장은 "좋은 악장이 되려면 무엇보다 본인이 잘해서 단원들을 끌어모아야 한다. 말로 지적하는 것보다 직접 몸으로, 연주로 보여주는 게 제일 좋다"며 "게다가 맨 앞의 내가 조금이라도 틀리면 모두가 알아차리니 연습을 안 할 수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그는 지금까지 악장으로 있으면서 연습을 거른 날이 없다고 했다. 저녁 약속이 있어도 연습을 어느 정도 한 뒤에 합류하고, 어지간하면 자정 이전에 연습실에서 나가지 않았다.

연습하고 나면 운동할 시간이 없어 골프도 치지 않았다. 연습실에서 TV 드라마를 보며 사이클 기계를 타는 것으로 체력관리를 했다.

10여년 전 한 연주회 때는 왼손가락에 화상을 입어 물집이 잡혔는데도 무대에 올라가는 등 집념도 대단했다.

김 악장은 "도저히 연주하기 어려운 상태였는데 외국 객원지휘자의 부탁에 손에 밴드를 감고 올라갔다. 도중에 거추장스러워서 다 떼고 연주를 마쳤더니 지판이 온통 피투성이가 돼 있었다"며 "그 뒤로 악장으로서 '말발'이 서려면 지판을 피로 물들일 정도는 돼야 한다고 단원들이 농담하더라"고 웃었다.

김동현 악장은 다시 태어나도 오케스트라 악장이 되고 싶지만, 연습만은 당분간 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자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눈뜨자마자 연습할 생각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퇴임하면 연습에서 좀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하니 정말 좋다"며 "저녁 약속도 편하게 다니고 연주여행 말고 나만을 위한 여행도 다니고 싶다. 내년에는 골프장에도 한 번 가보려 한다"고 말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김동현 악장은 퇴임 후 일정이 더 바빠 보인다.

그동안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예비학교, 수원대 등에서 가르쳐온 그는 지난 3월부터는 한예종 기악과 오케스트라 전공 담당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 부산과 제주 등 다른 지역 교향악단에서 객원 악장으로 연주회에 서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김동현 악장은 "오케스트라는 클래식 음악 연주자로서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직장이다. 국내 오케스트라 수준도 크게 높아져서 솔로이스트만 꿈꾸던 한국 학생들도 이제는 교향악단에 서로 들어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인재들이 오케스트라 입단 오디션을 두려워해 좋은 자리에 과감하게 도전하지 못하는 부분이 늘 안타까웠다"며 "철저하게 실전 위주로 가르쳐 학생들이 앞길을 개척해가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현 악장
김동현 악장[수원시립교향악단 제공]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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