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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드인뉴스] [리뷰] 판의 미로를 명쾌하게 풀어내는 김대진의 해석 <수원시향 그레이트 말러 시리즈 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12-29 조회수 2853

 

[위드인뉴스 권고든의 곧은 클래식]

 

김대진과 수원시향이 2016년 마지막 정기연주회를 말러의 웅장한 화음으로 장식했다. 대다수 교향악단이 연말을 맞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하는 터라 한층 눈길을 끌었다.

 

이번 무대는 지난 10월부터 시작한 그레이트 말러 시리즈의 일환으로 웅장하게 한해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앞으로 진행될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기대케 했다.

 

▲김대진은 말러 교향곡 3번의 복잡한 구조를 명쾌하게 풀어냈다 (사진: 수원시향 홈페이지)

 

복잡한 판의 미로
말러 교향곡 3번은 힘차고 단호한(Kraftig. Entschieden) 호른의 팡파르로 시작한다. 하지만 명쾌한 진행은 14마디까지다. 15마디 ‘Molto. riten’(즉시 속도를 늦추는)라는 지시어와 함께 음악이 난해해진다. 선율이 파편처럼 조각난 탓에 곡의 진행을 한 번에 파악하기 쉽지 않다. 교향곡 3번이 산만하다는 평을 받는 건 이 때문이다.

 

말러는 교향곡 3번의 각 악장에 표제를 달아 놨다가 출판 전에 삭제한 바 있다. 삭제된 표제는 ‘Pan Awakes, Summer Marches In’으로 ‘목신 판이 잠을 깬다, 여름이 나가신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즉, 1악장이 그리는 세계는 여름이 오기 직전의 늦은 봄이라고 할 수 있다. 봄에서 여름으로 변해가는 과도기의 혼란을 떠올리면 산만한 1악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1악장의 악상이 목신 판(Pan)이 만든 미로처럼 복잡하고 산만하다고 해서 그대로 연주하는 게 옳은 것일까? 산만함이 작곡가의 의도라면 그대로 산만하게 연주해야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번스타인 (Leonard Bernstein)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대로 산만한 악상을 명쾌하게 정리해서 들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휘자도 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김대진은 후자에 가깝다. 복잡한 판의 미로를 명쾌한 시각과 해석으로 일필휘지(一筆揮之)의 연주를 들려줬다.

 

흔히 팬 플루트로 알려진 ‘판 플루트’는 목신 판이 갈대를 꺾어 만든 관악기로 알려져 있다. 133마디에 등장하는 플루트의 음형이 이 판 플루트를 표현한 것이다. 김대진은 15마디부터 132마디는 산만함을 그대로 두고 연주를 진행했다. 하지만 133마디 판 플루트 주제에서부터는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며 명쾌한 연주를 들려줬다. 마치 다가오는 여름의 약동하는 생명력을 음악에 그대로 담으려는 듯했다.

 

▲1악장에서 목관악기는 목신 판이 가진 판 플루트의 소리를 표현한다

 

우아하게, 노래하듯이 확장된 여름의 이미지
삭제 전 2악장의 표제는 ‘목장의 꽃이 내게 말하는 것’(What the Flowers of the Meadow Tell Me)으로 3/4박자 구성이 왈츠와 같은 우아함을 더한다. 이날 한경진 악장이 이끄는 바이올린은 전체적으로 화사한 기운이 감도는 음색으로 발고 명징한 연주를 들려줬다.

 

이어진 3악장은 스케르초의 특징을 지녀 앞선 2악장과 대로를 이룬다.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피치카토를 바탕으로 클라리넷, 플루트, 오보에가 차례로 등장하며 새의 노래를 들려주는데 수원시향의 깔끔한 목관의 음색과 잘 어울렸으며, ‘숲속의 짐승들이 내게 말하는 것’(What the Creatures of the Forest Tell Me)이란 표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김대진은 1악장의 생명력 넘치는 해석을 2, 3악장까지 그대로 가져왔다. 1악장의 여름 이미지가 3악장까지 이어진다는 걸 생각해보면 설득력 있는 해석이다. 그리고 3악장 후반부에 말러의 ‘젊은 시절로부터-가곡과 노래’(Lieder und Gesänge aus der Jugendzeit) 중 제11곡 ‘여름의 끝’(Ablösung im Sommer)이 사용된 됐다. 즉, 여름의 끝의 주제로 작곡가가 여름이 끝났음을 선언하기 전까지 여름의 이미지는 3악장까지 그대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 1악장에 구성한 여름의 이미지를 3악장까지 확장한 김대진의 해석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깊고 풍성한 호흡의 성악
4악장의 표제는 ‘사람들이 내게 말하는 것’(What Man Tells Me)으로 교향곡 3번에서 처음으로 성악이 등장하는 부분이다. 여름이 끝나고 음악이 그리는 계절의 이미지는 가을로 접어들었다.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무거운 서주는 극히 느리고 신비롭게(Sehr langsam. Misterioso) 진행된다. 여성 솔리스트로 무대에 오른 메조소프라노 이리스 버밀리언(Iris Vermillion)의 독창은 강렬하거나 큰 스케일을 자랑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박했다. 대신 풍성한 호흡과 깊은 음색으로 곡의 가진 이미지를 왜곡 없이 담담하게 그려냈다.

 

5악장이 되자 무대 앞 지휘자 왼쪽에서 노래하던 버밀리언이 오케스트라 뒤편 합창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합창단과의 앙상블을 맞추기 위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종소리를 모방한 어린합창단의 빔(Bimm), 밤(Bamm) 소리는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풍기는 대목이다. 음악이 묘사하는 계정이 겨울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어린이합창에 이어 등장하는 여성합창은 두텁고 풍성한 음색을 들려줬는데 안정적인 연주와는 별개로 두터운 음색이 작곡가의 의도에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는다는 인상을 남겼다.

 

평온한 시작, 풍부한 감정의 피날레
교향곡 3번은 느린 악장이 맨 마지막에 배치된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으레 교향곡이라면 중장하고 장대한 피날레를 기대한다. 이곡의 가장 독특한 점은 느린 악장이 마지막에 위치했다는 게 아니라 느린 악장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곡보다 웅장한 피날레를 자랑한다는 점이다.

교향곡 3번의 웅장한 피날레의 비밀은 다름 아닌 감정을 서서히 고조시키는 진행에 달렸다. 이 부분에서 실패하면 아무리 강하게 연주해도 피날레의 카타르시스는 느끼기 어렵다. 김대진의 해석은 앞서 언급한대로 번스타인보단 아바도에 가깝다. 모든 감정을 쏟아내며 격렬한 연주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뭇잎보단 숲을 바라보는 거시적 시각으로 큰 흐름을 지휘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의 자연스런 흐름은 음악과 관객의 자연스런 동화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피날레에선 말러가 의도한 그리고 김대진이 의도한 카타르시스가 그대로 재현됐다.

 

▲수원시향의 소리는 웅장했다. 만약 클래식 전용홀에서의 연주였다면 한층 입체적이었을 것이다 (사진: 수원시향 홈페이지)

 

웅장한 사운드를 담아내기엔 버거운 홀
김대진과 수원시향의 이번 연주는 곡을 관통하는 해석과 안정적인 연주가 어우러진 호연이었다. 하지만 무대 사정으로 타악기가 바이올린 뒤편 즉, 무대 왼쪽으로 치우쳐 배치돼 소리의 밸런스가 흔들리는 경우가 발생했다. 평소 같으면 각종 타악기는 오케스트라 뒤편에 배치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합창단이 위치할 수밖에 없었다. 수원Sk아트리움의 무대 구조상 예술의전당이나 롯데콘서트홀처럼 합창석이 따로 있지 않기에 말러 교향곡 같은 대규모 관현악곡을 연주 할 때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배치에 골머리를 썩을 수밖에 없다. 만약 다목적홀이 아니라 클래식 전용홀에서의 연주였다면 분명 훨씬 입체적인 사운드를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수원시립교향악단 제248회 정기연주회 “그레이트 말러 시리즈 2”
12월 22일 수원SK아트리움
지휘: 김대진
협연: 메조소프라노 이리스 버밀리언
연주: 수원시립교향악단, 수원시립합창단, 고양시립소년소녀합창단

 

프로그램
말러: 교향곡 3번 D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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