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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드인뉴스] [2017 교향악축제 리뷰] 봄의 광기로 가득한 밤 <수원시립교향악단>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4-12 조회수 1285
[2017 교향악축제 리뷰] 봄의 광기로 가득한 밤 <수원시립교향악단>

[위드인뉴스 권고든의 곧은 클래식]

 

봄의 대표적인 음악 축제인 교향악축제에서 김대진과 수원시립교향악단이 북구의 서늘한 울림으로 무대를 시작한 이유는 뭘까?

 

 

아련한 지난 봄
그리그의 음악은 서늘한 울림 가운데서도 애절함과 갈망이 느껴진다. 특히 김대진이 교향악축제를 맞아 첫 곡으로 선택한 ‘지난 봄’은 이러한 애절한 갈망이 어느 곡에서보다 짙게 느껴진다. 이 곡의 정서를 이해하기 위해선 북유럽의 자연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북유럽의 겨울은 극야(極夜)라 불리는 해가 뜨지 않는 기간이 지속된다. 뼛속 깊이 스미는 추위를 국구인들은 지난 봄의 따뜻한 햇살을 그리며 견디는 것이다.

 

현악기로만 이뤄진 그리그의 지난 봄은 수원시향의 정갈한 음색을 만나 가슴 시리면서도 애절한 연주로 재탄생했다. 김대진은 갑작스런 템포 변화와 같은 잔기술을 지양하고 정갈한 음색과 하모니를 통해 악보 그대로의 음악을 들려주려는 듯 보였다. 이런 해석은 음악에 여백을 남김으로 애절함이 한층 가까이 느껴졌다.

 

▲한지호는 본드라첵을 대신해 무대에 올라 대범한 연주를 선보였다 (사진: 예술의전당)

 

화려한 봄의 낭만을 담아
김대진이 그리그를 통해 그렸던 지난 봄은 라흐마니노프의 화려한 낭만으로 오늘에 되살아났다. 북구의 절제미가 러시아의 화려한 낭만으로 이어지는 구서이었다. 마치 그리그의 지난 봄이 겨우내 봄을 기다리는 정서라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봄을 맞아 피어나는 화려함을 간직한 정서라고 할 수 있다.

 

이날 협연자로 본래 루카스 본드라첵(Lukas Vondracek)이 예정됐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피아니스트 한지호로 변경됐다. 그는 갑작스럽게 무대에 올랐음에도 무난한 모습을 선보이면서 몇몇 부분에선 자신의 색을 드러내는 대범함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주 뒤엔 김대진의 적절한 반주가 있었다. 본래 피아니스트이기로서 협연자의 사정을 누구보다 밝게 알고 있기에 가능한 서포트였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한지호의 왼손 새끼손가락과 넷째 손가락의 균형이 미세하게 무너져 베이스라인이 다소 옅게 들렸다. 베이스 라인이 충분하게 치고나오지 못함으로 의도했던 것에 비해 다소 스케일감이 작게 들렸다.

 

광기 어린 에너지
봄을 상징하는 이미지 중 광기를 꼽을 수 있다. 겨울을 견디고 밝은 햇살 아래 약동하는 생명력은 차라리 광기에 가까울 만큼 에너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날 김대진과 수원시향의 연주처럼 말이다.

 

어쩌면 무리수일지도 모른다. 1부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처럼 스케일이 크고 에너지 소모가 큰 곡을 연주하고 2부에 말러 교향곡 7번처럼 대곡을 연주하는 것 말이다. 그것도 이틀 연속으로. 수원시향은 전날 수원SK아트리움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연주회를 가졌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체력저하가 나타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도 있었지만 연주 동안엔 극도의 집중력 때문인지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주회가 마치고 무대 뒤편에서 마주친 수원시향 단원들의 모습은 격렬한 경기를 마친 운동선수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서야 이날 연주회를 가득 매운 에너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바로 광기다.

 

▲김대진이 무대에서 쏟아낸 엄청난 에너지는 무대를 압도했다 (사진: 예술의전당)

 

약동하는 생명력은 때론 광기와 다르지 않다. 연주는 재창조의 과정이며 여기엔 생명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광기라고 해서 아주 낯선 것만은 아니다. 파스칼은 말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광기에 걸려 있다. 따라서 미치지 않았다는 것은 아마도 미쳤다는 것의 또 다른 형태일 것이다.”

 

1악장을 시작하는 음산하고 심상치 않은 기운, 2악장을 가득 매운 불협화음, 3악장의 죽음의 왈츠, 4악장의 신비하고도 관능적인 분위기 등은 전부 모두 음악적 열망의 결과물이다. 특히 5악장의 무시무시한 추진력에선 김대진 지휘자가 단원들을 얼마나 괴롭혔을지 눈에 선했다. 또 하나 광기의 특징은 전염된다는 것이다. 김대진의 그것이 단원들에게로 그리고 다시 관객에게로. 이 곡이 때로 ‘밤의 노래’로 불기기 때문일까. 마지막 화음이 사라지자 기계바늘이 10시 43분을 가리켰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을 질렀다.

 

2017 교향악축제 - 수원시립교향악단
4월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김대진
협연: 피아니스트 한지호
연주: 수원시립교향악단

 

프로그램
그리그: 2개의 슬픈 선율 op. 34 중 ‘지난 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D단조 op. 30
말러: 교향곡 07번 E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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